INTERVIEW #1
TYPING MISTAKE DESIGNER



LEE TAE HYUNG
이태형






 



Typing Mistake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타이핑 미스테이크보다 약 5년 먼저 시작했던 이얼즈어고를 론칭하기 전부터 동경하던 브랜드의 옷을 보면서 옷의 만듦새와 심미성이 가지는 연관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매우 진지한 태도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얼즈어고라는 브랜드를 진행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왜..?”라는 물음표가 제 머리 속에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질문은 보통 “정말 좋은 옷은 무엇일까.” 에 대한 기준이었죠.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들겠다는 고집을 지키면서도 좋은 옷의 기준을 새롭게 반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웹 브라우저에 평소와 같이 이얼즈어고를 타이핑하다 작은 실수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ㅛㄷㅁㄱㄴ해, dldjfwmdjrh 라고 적혀있는 오타를 치게 되었는데, 좋은 옷의 기준에 반문하던 시점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죠. 특히, 옷에 있어서 스티치가 조금 엇나가거나 옷을 열었을 때 오버로크로 마감한 시접이 훤히 보이는 옷이라 하더라도 이 디테일이 옷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엇나가버린 스티치처럼, 우리는 늘 일상에서 사소한 실수를 마주하곤 하니까요. 결국 오타라는 의미가 제가 생각하던 물음표의 해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실수, 그리고 실수도 ‘하나의 발견’이라 여기는 것으로부터 타이핑 미스테이크는 시작되었습니다.



오타는 일상에서 가장 잦은 실수 중 하나일 텐데요. 실수에 대해 평소 생각하시는 바가 궁금합니다. 실수를 하셨을 때 보통 어떻게 받아들이시는 지도 함께 여쭤보고 싶어요.

보통 일하면서 하는 작은 실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편이에요. 다만, 인간 관계에서의 실수는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상처를 고려해서 많이 고민하고 대화를 건네는 편입니다. 대부분 인간 관계에서 저지르는 실수는 저도 모른 채 지나가다가 상대가 서운함을 느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데, 매일 저녁마다 일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복기를 하면서 또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하죠. 그래서 요즘은 작은 실수에도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것은 타이핑 미스테이크가 탄생한 배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타를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옷을 제작함에 있어 ‘오타’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셨나요?

고백하자면 룩북 촬영을 위해 모델 다리 길이에 맞춰 데님의 길이를 따로 늘려 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어요. 공장의 실수로 예상보다 데님의 길이가 훨씬 길게 나오게 된 거죠. 재미있던 건, 그렇게 모델이 입어도 긴 바지를 일반적인 체형의 사람에게 입혀봤는데 오히려 너무 재미있는 실루엣이 연출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원래의 길이로 수정해서 생산했지만 이러한 실수들도 하나의 발견이라고 생각하니 작업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어요. 타이핑 미스테이크는 전체로 봤을 때 이얼즈어고와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제품들 중 이얼즈어고와 패턴을 일부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얼즈어고를 타이핑하며 마주했던 실수의 순간들을 이얼즈어고 패턴 위에 아이의 낙서처럼 간단하지만 재미있게 그려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자세히 말씀드리면, 가죽을 둥글게 오려서 주머니의 입구를 칼로 잘라 제작하고 그 위를 몇 개의 단순한 스티치로 마감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아우터에 포켓을 배치하였습니다. 네모나 동그라미와 같은 도형을 사용해 데님이나 셔츠의 포켓에 스티치를 눌러 러프하게 마감했어요. 아이러니 했던 건, 브랜드 소개에 “때론 미완성이 그 어떤 완성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라고 적었는데, 오히려 제가 생각하는 ‘미완성’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저희 이번 시즌 아우터들의 아웃 포켓을 보면 가위로 잘라 마감했지만 스티치 올 풀림이 심해서 소재의 특징을 이용해서 재단 방향을 사선으로 틀어 더 이상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한계를 주었고, 혹여라도 세탁하면서 점점 올이 풀려 스티치 끝으로 포켓이 빠지는 현상을 우려해 스티치 밖 여분의 시접을 더 길게 내고 가죽을 절개해서 포켓의 입구를 만들었어요. 스티치가 혹시라도 풀릴까 안에서 개체마다 하나씩 손으로 매듭을 길게 지어 늘여 놓은 것도 ‘미완성’을 완성도 있게 표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셔츠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루프도 마찬가지로 스티치 하나로 봉제하면 고리로서의 기능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셔츠 제색 실로 스티치를 한번 누르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그 위를 배색 스티치를 눌러 마감하는 등 작은 디테일이지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죠.

 


 

미완성이라는 주제로 옷을 완성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완성의 기준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타이핑 미스테이크였지만, 작업 중간에 크게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죠. 미완성을 완성한다는 것. 정말 타이핑 미스테이크라면, 실수로 영감을 받았다면 모든 스티치를 손이 가는대로 터프하게 박아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얼즈어고를 하면서 고집해왔던 관념들 때문에 놓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샌가 이얼즈어고를 만드는 것보다 더욱 치밀하게 만들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런 아이러니함 또한 실수로 여기며 하나의 발견이라 생각했더니 모든 요소들이 흥미롭게 보였습니다.

 


가장 타이핑 미스테이크의 무드가 잘 드러난 피스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죽 패치가 적용된 제품들, 도형을 활용한 모양의 스티치를 눌러 마감한 제품들, 실제 맥북에 사용되는 키보드 캡을 활용한 악세사리, 엘보우 컷이 적용된 셔츠와 재미있는 스티치가 들어간 팬츠들. 생각해보니 20AW 타이핑 미스테이크는 모든 제품에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들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입어보고 느꼈을 때 그 디테일은 더욱 실감이 날 거예요. 레더 패치가 들어간 코트로 예를 들면, 클래식한 테일러드 코트처럼 보이지만 입었을 때 소매의 볼륨감이 매우 풍부하고, 라펠의 스탠스가 낮아서 진중하면서도 재미있는 실루엣이 표현되기도 하죠. 타이핑 미스테이크만의 무드로 트럭커 재킷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의외성을 생각하며 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준 옷들만 있는 건 것은 아니에요. 벨벳 소재의 후드나 스웨트 셔츠, 스탠다드 셔츠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기 좋은 제품들입니다.



언뜻 실수를 내려놓는 것을 통해 기존의 격식을 탈피할 수 있다고 들리기도 합니다. 타이핑 미스테이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모든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에 대해 더 멀리 보고 넓은 생각을 하며 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던 초반에는 지금보다 매장에 자주 나와있었는데 간혹 고객분들께서 우리 브랜드의 올해 콘셉트나 방향,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종종 있었어요. 예전엔 장황하고 꽤나 그럴싸하고 추상적인 답변을 늘어놨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나답지 못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조금 더 나다워지려는 노력을 합니다. 이를테면, 요즘은 전시를 보러 가더라도 전시의 글이나 주제를 먼저 보지 않고 먼저 작품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나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둘러본 후에 다시 전시관을 한번 더 들여다보면서 설명을 읽거나 도슨트의 설명을 듣곤 하죠. 새로운 것을 느끼기 위해 찾아간 전시인데 전시가 어렵고 작가의 설명에만 의존하고 설명대로 바라보면 흥미가 사라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의 제가 숨쉬는 곳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품 제작으로 돌아가서, 타이핑 미스테이크를 디자인하면서 테일러드 코트와 테일러드 팬츠는 오래 신어서 때가 탄 스탠스미스나 반스의 올드스쿨을 신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저는 스케이트 보드를 못 타지만,(웃음) 이걸 입으면서 “스케이트 보드를 배워볼까..?” 라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죠. 사람들이 타이핑 미스테이크를 접하면서 옷에 대해 고민하거나 이전과 다른 상상을 한다면 좋겠어요.



20AW 룩북엔 의자가 등장합니다. 이 의자가 룩북 이미지의 첫 시작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타이핑 미스테이크 룩북에 등장한 의자는 유년 시절 제 방에서 사용했던 의자였어요. 어렸을 땐 그림을 그리거나 세상에 없는 발명품 같은 것들을 스케치하고 스크랩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늘 그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에 스케치 북을 놓고 그림을 그리곤 했죠.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부모님 댁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우연히 찾아갔다가 이 의자를 발견하고선, “이거다!” 하고 지금 사는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임스체어나 베르너 팬톤의 가구들처럼 멋지진 않아도 이 의자는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할 때면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바라는 것 없이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중했던 그때처럼 말이에요.


 

"이태형 디자이너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의자"





디렉터님께서 하루를 지내면서 가장 자주하시는 실수 한 가지를 꼽자면 어떤 것일까요?

당연히 오타입니다.(웃음) 오늘도 얼마나 많은 오타를 쓰고 지웠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이번 타이핑 미스테이크 컬렉션의 분위기가 각기 다르게 보이는 것이 인상적인데, 다양한 해석을 열어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컬렉션을 제작함에 있어 가장 염두해둔 것이 있다면요?

옷이라는 건 사람들이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오타’라서 혹시라도 더 전위적이고 해체주의적인 옷을 만들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념에 빠져든 적도 있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분적인 디테일을 제외하고 입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요즘 저는 클래식이란 장르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클래식이라 하면 대부분 고루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딱 떠오르는 클래식보다 내가 생각하는 현 시대를 사는 세일즈 맨의 클래식 스타일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타이핑 미스테이크의 일부 아우터들은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소매 볼륨감을 크게 키우고 큰 라펠과 낮은 고지, 그 위에 가죽 포켓을 배치하면서 의외성을 강조했죠. 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낡은 스니커즈를 신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생산할 때 특히 염두해둔 것이 있다기 보다 단순히 옷이 아니라 입었을 때 재미있게 상상하게 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이핑 미스테이크의 오타 같은 순간들"






첫 쇼룸을 연지 벌써 햇수로 5년차가 되었습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켜왔던 자신만의 규칙이 있는지 그리고 브랜드라면 모름지기 꼭 이것은 있어야 된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5년 전 시작했던 이얼즈어고는 어떤 리테일러에도 입점되지 않고 자사 웹 스토어와 쇼룸을 통해서만 소개해 왔습니다. SS, FW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1년을 4개로 조각을 나눠 좀 더 세밀하게 제품을 전개해왔어요. 입점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하나, 견고한 브랜딩이었습니다. 1년차부터 3년차의 시기, 작지만 오직 우리를 통해서만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비지니스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년차에 작은 쇼룸을 열고 사람들을 그 공간으로 모객하고 만든 의도에 대해 고객들에게 자세히 설명했죠. 입점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비지니스 채널을 닫은 것인데, 저희는 지나치게 소비되는 것 보다 더 견고하게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브랜드의 생명력에도 관여한다고 생각했고요. 바야흐로, 2000년대 초반은 소위 ‘인터넷 쇼핑몰’ 부흥기였습니다. 이후 셀 수도 없이 많은 쇼핑몰이 생겨났고 점진적으로 도태되고 사라져갔죠. 현 시대는 2000년 당시와 같이 쇼핑몰 대신 디자이너 브랜드가 수없이 생겨나고 그 중 많은 브랜드가 미니멀리즘이란 이름으로 군더더기 없고 말끔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념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어떤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분야의 흐름에 우려를 표할 정도로 제가 무언가를 이룬 사람은 아님으로 감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이 행위도 지극히 상업적이지만 시각 예술의 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의 평가에 흥망성쇠가 달려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소신이나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ATE : 20-10-16

INTERVIEW : SON BYEONG HYUN

PHOTO : APARTFROM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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